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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한인, 모친 살해 후 극단선택…아파트 렌트비 4개월 밀려

지난달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인 남성〈본지 3월 5일 자 A-3면은 노모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LA카운티검시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LA한인타운 7가와 옥스퍼드 애비뉴 인근의 아파트에서 김건호(58)씨와 모친 김옥(8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LA경찰국(LAPD) 토니 임 공보관은 “김씨는 아파트 방에서 목을 맨 채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그의 모친은 거실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며 “정황상 김씨가 모친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모자가 살고 있던 아파트 매니저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옆집 주민 백모씨는“김씨가 렌트비를 4개월 치나 체납해 아파트 매니저가 김씨를 찾아갔다”며 “하지만 인기척도 없고 문이 열리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백씨는 “평소 김씨와 어머니가 집 밖을 거의 나오지 않아 많이 보진 못했지만 볼때 마다 말도 없고 무표정에 낯빛이 어두워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숨진 모자가 발견된 집 현관에는 ‘출입금지’ 경고가 붙어있다. 창문을 통해서 본 집안 책상에는 고지서가 쌓여있다.     이웃 주민들은 4개월간의 렌트비 체납 등을 고려했을 때 숨진 김씨 모자가 평소 생활고를 겪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는 모두 2 베드 유닛으로 현재 월 렌트비는 1800달러 정도다. 대부분 한인 시니어들이 거주 중이라고 아파트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경찰은 아들 김씨의 모친을 살해한 동기 및 범행 방식과 유서 여부에 대해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김경준 기자 kim.kyeongjun1@koreadaily.com극단선택 아파트 아파트 렌트비 한인 모친 아파트 매니저

2024-03-07

[열린 광장] 낡은 아파트 기둥

한번은 업무 관계로 변호사인 A와 거래처 사람인 B를 A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변두리 지역에 다닥다닥 붙은 6개의 집을 사서 지은 빌딩은 잘 나가는 로펌답게 벤틀리부터 BMW와 벤츠를 비롯한 고가의 차가 주차장에 즐비했다. A의 회의가 길어져서 우린 한참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유태인의 작은 모자인 야마카를 쓴 B가 미안한 듯 친구 아들 얘기를 꺼냈다.     동부에 있는 한 유서 깊은 아이비리그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친구 아들은 마약 중독자가 되었다고 한다. 기숙사가 너무 추워서, 공부에 더 집중하기 위해, 농구 경기에서 100년도 넘게 매년 지던 팀이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더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등등의 이유로 마약에 손을 댔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마약은 점점 그 정도를 넘어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 결국 자퇴했다.     LA로 돌아왔지만, 아들은 마약을 하러 친구네 집을 전전했다.  어느 아파트에서 아들을 봤다는 소리를 들은 엄마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아들을 보기 위해 한 시간을 넘게 걸어갔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사그라져가는 기억 속에서 엄마가 원했던 것은 아들을 찾는 것이었다. 엄마가 자꾸 집을 나가자 가족들이 돌아가며 감시했지만, 감시가 소홀해지면 엄마는 낯선 아파트까지 걸어와서 아파트 기둥을 잡고 울곤 했다. 또 와서 울고 있는 엄마를 본 아파트 매니저가 가족에게 연락해서 그날 데리러 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 다른 사람들은 왜 엄마가 계속 이 낯선 동네에 오는지를 몰랐지만, 그는 즉시 알았다. 누구의 집인지 생각은 안 나지만 마약 하려고 몇 번 왔던 집이었다. 얼마 후 엄마는 숨졌고 장례식에서 아들이 얼마나 슬프게 울었는지 B는 돌아가신 자기 어머니에게 미안했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흥미로운 사연이어서 계속 듣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다짜고짜 물었다. 누구의 이야기입니까? 대답 대신 B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허름한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잘 가꿔놓은 아파트가 보였다.  차고로 사용하는 1층은 일정한 간격으로 벽이 있고 앞쪽은 쇠기둥이 박힌 아파트였다. 산뜻하게 페인트칠한 아파트인데 유독 맨 앞에 있는 기둥만은 오래된 페인트가 있고 검게 녹슨 쇠 파이프가 속살을 보였다.   낡은 아파트 기둥을 보며 스토리를 짜깁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젊고 능력 있고 명망 있는 변호사가 LA의 변두리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저 기둥이 아닐까. 이리나 / 수필가열린 광장 아파트 기둥 아파트 기둥 아파트 매니저 친구 아들

2022-11-14

[열린 광장] 낡은 아파트 기둥

한번은 업무 관계로 변호사인 A와 거래처 사람인 B를 A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변두리 지역에 다닥다닥 붙은 6개의 집을 사서 지은 빌딩은 잘 나가는 로펌답게 벤틀리부터 BMW와 벤츠를 비롯한 고가의 차가 주차장에 즐비했다. A의 회의가 길어져서 우린 한참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유태인의 작은 모자인 야마카를 쓴 B가 미안한 듯 친구 아들 얘기를 꺼냈다.     동부에 있는 한 유서 깊은 아이비리그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친구 아들은 마약 중독자가 되었다고 한다. 기숙사가 너무 추워서, 공부에 더 집중하기 위해, 농구 경기에서 100년도 넘게 매년 지던 팀이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더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등등의 이유로 마약에 손을 댔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마약은 점점 그 정도를 넘어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 결국 자퇴했다.     LA로 돌아왔지만, 아들은 마약을 하러 친구네 집을 전전했다.  어느 아파트에서 아들을 봤다는 소리를 들은 엄마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아들을 보기 위해 한 시간을 넘게 걸어갔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사그라져가는 기억 속에서 엄마가 원했던 것은 아들을 찾는 것이었다. 엄마가 자꾸 집을 나가자 가족들이 돌아가며 감시했지만, 감시가 소홀해지면 엄마는 낯선 아파트까지 걸어와서 아파트 기둥을 잡고 울곤 했다. 또 와서 울고 있는 엄마를 본 아파트 매니저가 가족에게 연락해서 그날 데리러 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 다른 사람들은 왜 엄마가 계속 이 낯선 동네에 오는지를 몰랐지만, 그는 즉시 알았다. 누구의 집인지 생각은 안 나지만 마약 하려고 몇 번 왔던 집이었다. 얼마 후 엄마는 숨졌고 장례식에서 아들이 얼마나 슬프게 울었는지 B는 돌아가신 자기 어머니에게 미안했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흥미로운 사연이어서 계속 듣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다짜고짜 물었다. 누구의 이야기입니까? 대답 대신 B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허름한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잘 가꿔놓은 아파트가 보였다.  차고로 사용하는 1층은 일정한 간격으로 벽이 있고 앞쪽은 쇠기둥이 박힌 아파트였다. 산뜻하게 페인트칠한 아파트인데 유독 맨 앞에 있는 기둥만은 오래된 페인트가 있고 검게 녹슨 쇠 파이프가 속살을 보였다.   낡은 아파트 기둥을 보며 스토리를 짜깁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젊고 능력 있고 명망 있는 변호사가 LA의 변두리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저 기둥이 아닐까. 이리나 / 수필가열린 광장 아파트 기둥 아파트 기둥 아파트 매니저 친구 아들

2022-11-03

[독자 마당] 불안한 치안

요즘은 거리를 다니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사건 소식이 전해져 온다. 신문에서 보면 범죄율도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아파트에서도 주차장에 절도범이 침입해 차의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둑은 물건과 함께 거라지를 여는 리모트 컨트롤도 가져갔다고 한다.     그런데 아파트 매니저 말이 경찰에 신고를 해도 접수만 할 뿐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 앞에 텐트를 치고 있는 홈리스들이 깊은 밤에 시끄럽게 떠들어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     예전에는 경찰에게 사소한 사고나 사건을 신고해도 현장을 방문해 조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경찰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아니면 너무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해 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요즘 치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시절이 험악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경제가 어려워 사람들이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지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밤 외출을 삼가고 부득히 나가야 할 때에는 몇명이서 같이 나가고 가급적 환한 큰 길을 택해야 한다. 우리 같은 노인은 대부분 마켓을 걸어서 가는데 어두워지면 마켓 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밝은 낮에 미리미리 마켓에 다녀오는 것이 좋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범죄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무조건 주의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일단 범죄를 당하면 재산 피해에, 심할 경우 신체적인 폭행도 당하게 된다. 생명이 위협 받을 수도 있다.     시절이 불안한 때에는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좋은 범죄 예방책이다.  김학도·LA독자 마당 불안 치안 요즘 치안 범죄 피해 아파트 매니저

2022-07-03

[수필] 추억은 힘이 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이 되면 내 추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털고 어제 일인 듯 걸어 나오는 잊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나이 서른에 터스틴 시에 위치한 아파트 매니저를 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나는 한 살이 안 된 막내를 유모차에 태우고 3살, 5살 된 아이들을 데리고 몬티고 아파트 앞을 지나 산책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아파트 매니저 멜라니는 잔디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 집 아들과 우리 아들은 같은 유아원을 다니기에 멜라니와 나는 쉽게 친해졌다. 가끔 마켓도 같이 다녔다.     멜라니가 산책하는 나를 반갑게 불렀다. 부부가 오하이오에 계신 부모 곁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해서 아파트 매니저를 그만두려고 하는데 나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남편과 의논해 보겠다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우리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매니저 일을 맡기로 했다.       몬티고 아파트는 루미스 자산관리(Loomis Property) 회사가 관리하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인터뷰와 전과 조회를 마치고 2주 만에 정식 직원이 되었다.   26유닛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특권은 아파트 앞쪽 3 베드룸 독채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나의 임무는 입주자 인터뷰와 월세를 받아 관리사무소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남편은 건물 관리를 맡았다. 잔디 깎기나 페인트, 모든 수리는 관리사무실에 연락하면 회사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 없이 2년간 매니저 일을 했다.     어느 날 아파트에서 타파웨어 파티가 열렸다. 호스트는 13호에 사는 제니였다. 제니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솜씨로 물건을 많이 팔았다. 나도 그날 파 넣는 플라스틱 통을 샀다.     그 일로 제니와 나는 가까워졌고 제니의 남편이 사진작가라는 것도 알게 됐다.     제니와 딸은 백인이고 남편은 흑인이었다. 제니 남편은 맘씨 좋은 신사였다. 출장을 다니는 일 외엔 가정적으로 보였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고 친절하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가 나와 막내딸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몇 번 거절하다 결국 승낙하였다. 그때 찍은 사진은 오렌지 몰에 전시돼 상을 받았다. 제목은 ‘엄마와 딸’이었다. 지나고 보니 소중한 추억의 사진이 되었다.   얼마 전 터스틴 시에 갈 일이 있어 옛날 그 아파트를 가 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44년이 지났지만, 기억이 또렷했다. 내 평생 첫 직장이었고 애정을 쏟아 일했던 곳이다. 입주자들을 관리할 때의 많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무 담 너머로 살짝 아파트를 들여다보았다. 우리가 살던 그 방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집 주위는 고요하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입주자들이 이사 갈 때 버리고 가는 선인장이나 화초를 화분에 옮겨 올려놓던 벤치는 사라지고 없었다.     비 오는 날 거실의 벽난로 앞에서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 굴뚝을 타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던 어린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 정말 로맨틱했다.   오늘은 유난히 흑인 사진작가 부부가 생각난다. 그 부부는 얼마나 늙었을까. 아니 얼마나 잘 익어가고 있을까. 백인 아내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던데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살고 있을까. 때로는 부부싸움을 하고 나와 울고 서 있던 제니. 그들 부부가 안고 있던 슬픔이 지금쯤 다 지나갔는지….   그 집의 애교쟁이 딸 캐롤라인도 보고 싶다. 인간사 새옹지마. 44년 전 직장이었던 몬티고 아파트 앞에서 기도했다. 부디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인생은 배낭을 메고 떠나는 여행 같은 것. 배낭이 가벼울수록 발걸음이 가볍다. 버려도 되는 것은 미련 없이 버리고 걸어가자. 다만 추억은 몇 짐을 가득 메도 힘이 된다. 엄영아 / 수필가수필 추억 배낭 아파트 매니저 아파트 앞쪽 제니 남편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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